미술 이야기

동방박사 프로젝트(?)와 1400년대 메디치 가문

haghiasophia 2020. 5. 31. 15:30

1459년 베노초 고촐리가 그린 동방박사의 행렬이다.

두명의 호위대가 앞서고, 말을 탄 동방박사들이 긴 행렬을 지어 앞을 향하고 있다.

이들은 베들레헴의 별을 보고 메시아의 탄생을 알게 되었고, 황금과 유황, 몰약을 준비하여 아기 예수를 찾아 경배드린다.

이들의 출신은 페르시아나 바빌론, 혹은 아리비아 등지로 추정되고, 조로아스터교의 사제로 추정하기도 한다.

유사한 주제로 그린 1300년대초의 Giotto의 그림과 1445년경으로 추정되는 프라 안젤리코의 그림도 보자.

Giotto는 다소 소박하고, 프라 안젤리코의 그림은 많은 경배객들을 화려하게 묘사했다.

Giotto의 그림이 보다 사실적으로 묘사되었고, 안젤리코의 그림은 아기 예수 탄생이라는 중요한 의미를 부각하기 위해 경배의 마음을 담아 묘사한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15세기 중반에는 1453년 동로마 제국이 멸망한다. 같은 해에 백년전쟁도 끝이 난다.

후반에는 1492년 콜롬부스가 아메리카에 도착한다. 같은 해에 이베리아 반도의 무어인들로 쫓겨나면서 레콩키스타도 마무리된다.

그럼에도 15세기는 르네상스의 후원자가 되는 메디치가가 특별히 더 돋보인다.

메디치가문은 1397년 메디치 은행을 설립하면서 본격적으로 역사에 등장한다.

이후 피렌체의 귀족들과 갈등도 겪지만 결국에는 피렌체 최대 가문으로 성장한다.

그리고 많은 예술과 철학 후원활동을 진행했다.

조반니 메디치는 1401년 성조반니 세례당 청동문 공모전에 관여한다. 브루넬리스키와 기베르티가 경합하다가 기베르티가 청동문을 제작했다.

1419년부터는 브루넬리스키가 피렌체 대성당의 돔을 건축하게 된다. 1421년에는 로렌초 성당도 건축했다.

1430년에는 메디치궁이 지어지고 도나텔로의 청동다비드상이 들어선다.

1439년에는 피렌체 공의회를 후원하는데, 동서교회의 분열을 종식하는 활동이 있게 된다.

이와 관련한 고졸레의 동방박사의 행렬, 보티첼리의 동방박사의 경배 작품이 등장한다.

1443년에는 메디치가가 1년간 쫓겨났다가 복귀한 후 산마르코 성당을 건축한다.

이 성당은 귀족 중심이 아닌 서민 중심으로 지어지고, 동방박사의 행렬 행사가 이어진다.

1459년에는 플라톤 아카데미를 설립한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도 1472년부터 수태고지를 의뢰받아 완성한다.

미켈란젤로도 15살인 1490년부터 로렌초 메디치의 초빙으로 팔라초 메디치에서 미술을 익히며 인문학적 소양도 익히게 된다.

마키아벨리도 1513년 군주론을 완성해서 메니치가에 헌정한다.

 

앞에서 보았던 고촐리의 그림을 다시 보자.

그림은 1439년 피렌체 공의회와 관련이 있는데, 주인공이 코시모 메디치의 손자 로렌초 메디치이고, 아들 피에르 메디치다.

 

비슷한 그림을 더 보자.

보티첼리의 1475년작 동방박사의 경배이다.

이 그림에서는 코시모가 제1박사로 선물을 드리고 있고, 아들들인 피에르와 조반니가 2,3박사로 묘사되어 있다.

그리고 손자인 로렌초와 줄리아노가 돋보이게 그려져 있다.

두 그림에서 메디치가는 피렌체의 동방박사인 셈이다.

또 다른 보티첼로의 그림인 Madonna of the Magnificat (1481년작)에도 로렌초와 줄리아노, 그리고 그들의 어머니가 주인공으로 그려져 있다.

 

새로운 세력이 써나아간 신화의 한 장면을 보는 듯 하다.

기존의 세력과 경쟁하고, 점차 자리를 잡아나가는 과정에서 메디치가는 동방박사를 활용해서 메디치가문을 한껏 홍보했다.

 

지금의 새로운 세력은 누구이고, 어떤 모티브를 불러다가 활용할까 자못 궁금해진다.

그리고 우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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