람세스 1권에 람세스가 왕실 서기관 시험을 치는 장면이 나온다.
단풍나무 팔레트 한 가운데 뚫린 구멍에는 필기도구로 쓰이는 갈대가 꽂혀 있었다.
응시생들은 검은 색과 붉은 색 잉크 덩어리를 약간의 물에 녹였다.
서기관들의 수호신인 위대한 현자 암호텝을 기념하여 잉크 몇 방울을 떨어뜨리면서 그의 가호를 빌었다.
서기관들은 글씨를 썼던 석고판 위에다 다른 글씨를 쓰기 위해서 고운 모래로 만든 사암 긁개로 먼저 썼던 것을 지우는데, 그러면 석고판은 다시 사용할 수 있는 새것이 된다. 이 긁개야말로 서기관으로 하여금 석고판에 새 생명을 불어 넣어주는 도구인 것이다.
원통형의 붓통은 석고판에 새긴 글씨를 다음을 수 있도록 끄트머리를 뾰족하게 만들어놓은 머리 부분이 백합꽃으로 장식되어 있었다.
잉크 덩어리를 물에 녹여 갈대로 석고판 위에 글을 쓰고, 틀리면 사람으로 만든 긁개로 지운 다음 다시 사용하는 모습이다.
갈대 말고 붓으로도 글을 썼던 거 같다.
서기관의 시험은 기록을 필사하고 문법과 어휘에 대답하고 수학과 기하 문제를 풀고 글씨체를 고안하고 전통적인 서체로도 필사해야 했다고 나온다.
이들에게 신성문자는 신들의 언어로 여겨졌던 거 같다.
또한 지혜의 신 토트가 서기관의 신이었다고도 한다.
서기관을 칭송하는 글도 있었다.
서기관이 되리. 한권의 책은 왕좌나 피라미드보다 더 오래 가느리라. 책은 그 어떤 건물보다도 더 오랫동안 그대의 이름을 보존하리라. 지혜의 책들이 서기관의 상속자들이니, 그의 글은 그의 장례식을 집전하는 사제들이요, 그가 기록하는 서판은 그의 아들이요, 신성문자로 뒤덮인 돌은 그의 아내니라. 가장 견고한 건물도 부서져 사라지되, 서기관의 책은 시대를 가로질러 살아남느니라.
이런 서기관이 지켜야 할 도리도 있었다.
의관을 정제하고, 파피루스 두루마리를 잘 살피고, 게으름을 쫓아낼 터! 손으로는 망설임 없이 써야 하고, 입으로는 옳은 말을 하며, 공부하고 또 공부함에 게으름이 없어야 하느니라. 상관의 명령에 복종하고 가슴에 하나의 이상만을 품을 일이니, 즉 임무를 올바르게 수행하며 남들에게 도움을 주는 사람이 되겠다는 생각이 그것이다. 훈련을 게을리 해서는 안되느니라. 원숭이는 사람들이 저에게 하는 말을 알아듣고, 사자는 길들여질 수 있지만 산만한 서기관은 아무 짝에도 쓸모가 없다. 게으름에 딱 한 가지 약이 있느니, 바로 몽둥이다!
이래서인지 람세스에 나오는 그의 친구 아메니는 신성문자들을 실천에 옮김으로써 진정한 힘을 얻을 수 있다는 소신을 표현한다.
서기관은 비서관 같기도 하고 고급공무원 같아 보이기도 하다.
람세스가 섭정공으로 임명되고, 그는 그의 친구이자 서기관 비서인 아메니를 신발 운반 담당관으로 임명한다.
이후 람세스가 신을 멋진 하얀 가죽 샌들을 닥는 모습도 묘사된다.
그런 신발 운반 담당관은 나르메르왕의 팔레트에도 새겨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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