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이야기

잃어버린 아이들의 도시 (1995)

haghiasophia 2019. 4. 6. 21:53

1995년 잃어버린 아이들의 도시를 봤었다.

그 기괴했던 잔상이 20여년 지나도록 머리 속에 남아 있었는데, 최근에 다시 볼 기회가 있었다.


무언가가 불타고 있고, 아이들이 배 뒤로 불타는 그 곳을 바라보고 있다.

잃어버린 아이들이 갖혀 있던 그곳에서 아이들은 탈출한다.


기괴했다고 했는데, 영화 내내 이런 분위기가 연출된다.


빛이 없는 밤이 계속된다.

쥐가 자석을 끌고, 사람이 다리가 된다.

아이들은 금고 속의 돈을 나눠 갖는다.


외눈박이들도 등장을 한다.


화면을 작게 해서 그런데, 하단의 외눈박이들이 집회하는 장면을 스크린으로 보면 분위기 장난 아니다.


아래 몸이 묶인 두 주인공이 수장되기 직전의 장면도 꽤나 인상에 남는 장면이다.


묶인 두 주인공은 물고기가 가득 담긴 나무통과 평형을 이루고 있다.

갈매기들이 날아와서 물고기들을 포식하기 시작한다.

새들이 먹으면 먹을수록 나무통의 물고기는 줄고, 통의 무게가 줄어들면서

지렛대는 균형을 잃어간다.


벼룩도 등장한다.


벼룩은 이상한 액체를 머리 속에 투입을 하는데, 이어 음악이 흘러나온다.

그리고 머리속에 액체가 들어간 사람은 퍼런 침을 흘린다.

세번 이 장면이 나오는데, 맨 아래 우측이 외눈박이들끼리 서로 때리고 죽이게 되고

중간 우측이 주인공 원이 미에뜨를 때리는 장면 (이는 눈물 장면으로..)

마지막은 샴쌍둥이끼리 서로 때리다 죽는 장면으로 나온다.


주인공 원이 미에뜨를 때릴 때, 미에뜨가 눈물을 흘린다.


미에뜨의 눈물이 날아가 거미줄에 튕기고, 동물들이 짓고, 새가 날아가다 똥을 싸고,

차의 유리에 떨어져, 앞이 안보이는 기사가 관을 들이 박고, 물이 넘쳐 난리가 나고,

전기가 나가고, 등대가 꺼지고, 큰 배가 미에뜨가 있는 곳을 들이 박는다.

원과 미에뜨는 물에 빠지고, 다시 정신이 돌아온다.


천재과학자가 아이들을 창조했었다. 부인(난장이)도, 뇌만 있는 친구 이르뱅 등등.


네모난 관속의 아이들(상단 가운데)이 나중에 여섯명의 복제아들로 자란다. (상단 우측)

과학자는 후계자인 조로증이 걸린 크랭크와 부인에 의해 축출된다.

크랭크는 아이들의 꿈을 훔치기 위해 아이들을 외눈박이들을 통해 납치한다.


영화는 장난감이 많이 있는 어린 아이의 방에서 시작한다.

여기는 영화속에서 정상적인 세계이다.

곰 인형 옆의 태엽 인형의 얼굴이 인상적이다.


산타크로스가 찾아온다.


그런데, 하나가 아니라 떼거지로 찾아온다. 산타크로스들이.

놀란 아이는 울음을 터트린다.

영화 막바지에는 미에뜨가 굴뚝에서 산타들처럼 나와서 아이을 안고 나간다. 구원인가 보다.


이 장면은 미에뜨가 크랭크와 춤을 추는 장면이다.

어린 미에뜨는 소녀를 거쳐 성년, 그리고 할머니가 된다.

나쁜 크랭크는 점점 젊어지더니 아예 아기가 된다.

미에뜨가 아이를 여기서도 구한다.


그런데 이 아이 정말 잘 먹는 아이다.


영화 곳곳에서 냠냠 잘도 먹는다. 귀엽다.


이 영화에서 어른과 아이가 바뀌어 나온다.


성숙한 아이 미에뜨가 여린 어른 원을 위로한다. 어깨를 만져주고 원은 울고 있다.

그 옆의 장면은 아이들이 어른을 묶어두고 돈을 분배한다.

어느 글에선가 아이를 돌보는 어른들이 안나오는 영화란다.


창백한 색들로 이뤄진 세계, 동화 같은 극의 전개.

1995년의 영화를 지금 봐도 시대의 차이를 못느끼게 영화가 전개된다.

환타지라고 치부하기에는 뭔가가 끌리는, 그 뭔가를 잘 정의하지는 못하지만

감독의 의도가 궁금해지는 영화다.





'미술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마르셀 뒤샹 두번째  (0) 2019.04.07
마르셀 뒤샹展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0) 2019.04.07
아니쉬 카푸어 Anish Kapoor  (0) 2019.03.30
나를 그리다, 자화상  (0) 2019.03.24
롤랑 바르트  (0) 2019.03.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