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이야기

사진과 미술

haghiasophia 2020. 6. 14. 13:13

카메라 옵스큐라(camera obscura)는 어두운 상자의 작은 구멍으로 들어온 빛이 반대편 면에 뚜렷하게 맺히도록 만들어 주는 장치다. 이때 맺히는 대상은 거꾸로 보인다. 오늘날 사용하는 카메라의 조상이자 사진 이미지가 만들어지는 원리이다.

고대 그리스 아리스토텔레스와 유클리드는 버들가지로 만든 바구니의 작은 홈을 통과한 빛이 바구니 밖의 풍경을 바구니 안에 비추는 것을 관찰했다는 기록도 있고,

13세기 로저 베이컨, 이슬람의 이븐 알 하이삼, 레오나르도 다 빈치도 이 원리를 알고 있었다는 기록이 있다고 하고,

전국시대 중국의 묵자도, 춘추전국시대의 송나라 학자 심괄도 카메라 옵스쿠라와 같은 실험을 했다는 기록이 있었다고 한다.

16세기말 나폴리의 과학자 조반니 바티스타 델라 포르타가 카메라 옵스쿠라를 이용한 정확한 데생에 대해 기술하고 있다고 하고, 17세기부터 19세기까지 화가들의 주요한 스케치 용구로 씌였을거라고 이야기 되고 있다.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로 유명한 17세기 중반의 네덜란드 화가 요하네스 베르메르도 이 원리를 이용해서 작품을 제작했을 거라고 추정되기도 한다.

다산 정약용도 자신의 저서에서 이 원리를 기록했다고 한다.

 

 

이런 원리를 활용해서 사람들이 대상을 복제(스케치)하지 않고 직접 복제하는 방법, 손대지 않고 그림을 그리는 방법이 시도되었는데,

프랑스의 발명가 니세포르 니엡스(Nicephore Niepce, 1765-1833)는 1826년 세계 최초의 사진을 제작했다.

아스팔트 건판을 이용해서 8시간 노출한 이 사진은 헬리오그라피(Heliography, 태양으로 그리는 그림)이라 불렸다.

 

1839년에는 프랑스 과학아카데미가 공식적으로 최초의 사진으로 인정한 다게레오타입 (Daguereotype, 은판사진법)이 등장한다.

다게르는 1829년부터 니엡스와 같이 연구를 해왔었다. (니엡스는 1833년에 사망)

오페라 무대장치가이자 화가였던 다게르가 요오드와 수은을 이용한 감광판을 이용하고 식염을 섞은 안정적이고 감광시간이 훨씬 단축되어 30분 정도 걸리는 사진을 만들었다고 한다.

 

다케레오 타입은 특히 미국에서 1850년대까지 300만개나 넘게 팔렸고, 전문 사진사들도 생겨났다고 한다.

그럼에도 초창기 사진은 빛에 노출시키는 시간이 길어서, 인물사진 한 장을 찍으려면 수십 분 이상 카메라 앞에서 움직이지 않고 있어야 했었으며, 다게레오타입은 촬영과 현상을 거쳐 단 한 장의 사진 밖에 얻을 수 없었다고 한다.

 

이후 사진이 발명되면서 사진이 포착하는 현상과 사람이 인식하는 사물의 모습이 차이가 있다는 점도 알려지게 되었고, 쿠르베 등 사실주의로 시도되었던 현실을 전달/기록하려는 역할은 사진으로 넘어가게 되었고, 회화에 있어서는 사진이 포착하는 것과 다른 다양한 시도들이 19세기 후반기와 20세기에 걸쳐 일어나게 된다. 

 

2011년에는 안드레아 그루스키(Andreas Grusky)의 작품 Rhein II가 430만달러에 경매되기도 했다.

복제가 무한한 사진이 약 50억원에 경매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궁금해진다.

굽이쳐 흐르는 라인강을 그루스키는 디지털 편집을 통해 위와 같은 작품을 만들어냈다고 한다.

아날로그에서 디지털의 세계로 넘어가는 과정이라고나 할까 싶다.

'미술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퐁파두르 부인  (0) 2021.01.23
Barry Lyndon  (0) 2021.01.17
Ambroise Vollard  (0) 2020.06.09
성령 강림 대축일 그림들  (0) 2020.05.31
동방박사 프로젝트(?)와 1400년대 메디치 가문  (0) 2020.05.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