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와 동로마, 터키 주변

리디아의 왕 크로이소스 두번째

haghiasophia 2018. 2. 16. 21:56


장작더미 위의 크로이소스

그는 페르시아와의 전쟁에서 패해 키로스 2세에게서 장작더미 위의 화형을 선고받았다. 죽으려는 순간 아테네의 솔론이 자신에게 일깨워준 행복의 의미를 생각하며 솔론을 부르며 탄식한다. 키로스 2세가 전말을 듣고 그를 살려준다. 그는 키로스 2세의 참모가 되어 페르시아가 대제국을 만드는데 크게 기여한다. 그는 리디아의 왕으로 부귀영화를 누리고 있던 자신이 가장 행복한 사람이라고 믿었다. 그런데 아테네의 현인 솔론이 사람이 죽기 전 까지는 행복한 삶인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자신을 가벼이 여긴다고 생각한 그는 솔론을 내쫓았다. 하지만 그는 죽기 직전에야 비로소 솔론이 준 가르침의 진정한 의미를 깨우쳤던 것이다.

화가 MysonBC 500~490년 간 그린 작품으로 추정, 높이 59.5 cm, 루브르 박물관 소장


그 유명한 크로이소스와 델피의 신탁 이야기를 보자.


크로이소스는 먼저 유명한 신탁소 여러 곳에 사절단을 보내 어느 곳의 신탁이 영험한 지 시험해 보기로 한다. 도도나, 델포이, 포키스의 신탁소는 물론, 리비에, 이집트의 암몬 신탁소까지 사절을 보내 신탁의 효험을 떠보았다. 그는 사절단을 떠나보낸 날로부터 100일째 되는 날에 크로이소스 왕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사제들에게 물어보라고 했다.


수 천리 떨어진 곳에 있는 리디아 왕의 행동을 어떻게 예견할 수 있다는 말인가? 여러 나라의 신탁소에 파견되었던 사절단이 오는 대로 신탁의 응답을 개봉해보았지만 크로이소스의 그날의 행적을 정확하게 맞춘 것이 없었다. 그런데 신기한 일이 일어났다. 델피의 신탁은 이렇게 적혀있었다. 


나는 바닷가 모래알의 수도 알고 바다의 너비도 알며,

벙어리의 마음도 알고 침묵하는 자의 말도 알아듣는다네.

내 코에는 등껍질이 딱딱한 거북을 청동 솥 안에서 


새끼 양의 살코기와 함께 삶은 냄새가 솔솔 나는구나,

솥은 바닥이 청동이고, 뚜껑도 청동이구나.“(Ⅰ47) 


크로이소스는 깜짝 놀랐다. 그는 그 때 실제로 거북과 새끼 양 요리를 했었다. 결코 맞출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었던 그는 모든 것을 알고 있는 듯한 델피의 신탁만이 진정한 신탁이라고 믿게 되었다. 그는 델피의 영험한 신탁에 감사하며 가축 3천 마리를 제물로 바치고 숱한 금박 침상과 황금 잔 등 엄청난 보물을 불태우며 아폴론 신의 호감을 받기를 바랐다. 그는 보물들을 녹여 황금사자상을 만들어 델포이 아폴론 신전에 봉헌했다. 또 은제 대야와 황금 여인상도 바쳤다. 헤로도토스는 '역사'에서 자신이 방문했을 당시만 해도 그 봉헌물들이 신성한 길옆의 보물창고에 있었다고 전했다.




이후에 크로이소스는 델피 아폴론 신전과 테베의 아폴론 이스메니오스 신전에 황금 방패와 황금 창 등 많은 봉헌물을 사절단편에 보내며 페르시아와 전쟁을 해야 할 지, 그럴 경우 동맹군을 구해야 할지를 물게 했다. 묘하게도 두 신탁소의 응답은 똑같았다. “만약 크로이소스가 페르시아인들과 전쟁을 하면 대국(大國)을 멸하게 될 것이라며, 가장 강력한 헬라스 국가를 찾아내어 동맹을 맺으라고 권고했다.”


크로이소스는 델피의 신탁에 크게 기뻐했다. 자신이 페르시아를 멸망시킬 것으로 계시했다고 믿었던 것이다. 그는 통 크게 사례했다. 델피의 전 시민 각자에게 황금 2스타테르(stater, 36g)씩 주도록 했다. 1인당 10돈에 가까운 수준이니 지금 돈으로 환산하면 수 백 억원은 되었을 듯싶다. 과연 그는 당대 최고로 부유한 왕이었음을 만방에 과시했다. 델피인들은 모든 리디아인들에게 면세 특권과 델피 시민권을 주었다. 특히 신탁 대기 순번에 관계없이 우선권을 주어 보답했다. 여기까지는 행복한 전개다. 하지만 결말이 비극적이다.


크로이소스는 페르시아의 키로스 2세와 전쟁을 벌여 패배하고 자신의 제국을 멸망하게 만든다. 그는 “대국을 멸하게 될 것”만 믿었지, 그 대국이 리디아일지, 페르시아일지에 대해 숙고하지 않았던 것이다. 신탁의 내용보다 신탁의 해석이 중요하다는 것을 일깨워준다.

크로이소스 상, 아테네 고고학 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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