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와 동로마, 터키 주변

성 로크와 흑사병

haghiasophia 2017. 12. 31. 14:12

좌측 사진은 이스탄불 마리아 드라페리스 성당 벽에 걸려 있는 그림으로, 성 로크가 흑사병에 걸린 환자를 돌보고 있는 내용이다.

로크 성인은 프랑스 사람으로 스무살에 아버지를 여의고, 물려받은 막대한 재산을 모두 가난한 이들에게 나눠준 후 이탈리아로 성지순례를 떠났다.

당시 이탈리아는 흑사병이 창궐해 많은 이들이 죽어가고 있었는데 성 로크는 자신의 몸도 돌보지 않고 헌신적으로 고통받는 환자들을 돌보았고, 그 역시 페스트에 걸리자 인적이 드문 숲으로 피해 가서, 치유를 했다고 한다. 기적적으로 완치된 후 그에게서 치유의 은사가 풍성해졌다고 한다. (가톨릭 뉴스, 축일 8월 16일)

마리아 드라페리스 성당의 그림 3점이 베니스학당 작품인데 그중 하나로, 이탈리아의 성 로크가 6세기 흑사병의 흔적이 컸던 이스탄불까지 와서 걸려 있다.

우측 상단은 로크 성인이 성모님께 환자의 치유를 기도하는 사진, 우측 하단은 화살에 맞고도 살아난 세바스챤 성인. 그 당시 환자들이 초반에 세바스찬 성인을 수호성인으로 여겼다 한다.


흑사병은 유럽에 1348년부터 1350년까지 3년간 창궐하여, 당시 9천만명 인구중 4천만명이 사망했다고 한다.

이로 인해 피해 규모에 따라 이탈리아 도시국가들의 서열까지도 바꿔놓았다.


페스트균에 걸린 쥐에 서식하는 벼룩에 의해 사람에 옮겨진다고 하는 흑사병은

피부가 검게 변해가면서 죽어가기에 붙인 이름인데,

의사들도 전염을 피하기 위해 상단 사진에서 보듯 새의 부리 모양을 하고 진료하기도 했다.

흑사병은 동로마제국 유스티니아누스 대제 시절인 541~543년에 크게 번졌었고


위에서 언급한 14세기 유럽의 흑사병을 포함한 14~17세기에도 많은 사상자를 냈으며

세번째로 19~20세기에도 많이 번졌었다고 한다.



유럽에 전해진 경로는 지금의 크림반도의 카파성 전투라 전해진다.

1347년말 침입군이 성을 둘러쌌고, 제노바 상인들은 방어를 하던 중, 침입군이 이상한 병으로 죽어가기 시작했고,

적장이 시신을 투석기로 성안으로 던지기 시작했었다고 한다.

성내에서도 발병이 시작되었고, 이후 침입을 물리친 이탈리아 사람들이

1348년 1월 본국으로 돌아가면서 이 병이 이탈리아를 거쳐 유럽에 퍼지게 되었다고 한다. (히스토리 채널 역사의 수수께끼 흑사병)

초기에는 죄를 지은 사람들에게 내리는 하늘의 천벌God's Plague이라 생각해서 교회로 몰려들기 시작했다.

당시로서는 음식물인지 병원균인지 접촉 때문인지 감염경로조차 파악할 수도 없었다고 한다.

환자는 타들어가는 듯한 고통을 받았다고 하고, 죽기 전에도 살이 썩어들어갔다고 한다.

몇시간 만에도 죽었지만 대부분 닷새동안 앓다가 죽었다고 한다.

같은 유럽 안에서도 피렌체, 베네치아는 절반이 죽었지만,

밀라노는 피해가 크지 않았다고 한다.

워낙 피해가 커서 병자성사(종부성사)도 못받고 죽는 사람이 많자

당시 교황 클리멘스 6세198대 교황, 1342~1352는 흑사병으로 죽은 사람들의 면죄를 약속하기도 했다.

런던도 절반이 사망했다고 한다.

베네치아는 흑사병이 배로 인해 전염되었다고 해서, 40일간 격리를 시켰다고 한다.

검역을 뜻하는 Quarantine이 이때의 40일에서 유래된 용어란다.

악취를 없애기 위해 향수도 사용했다고 하고

의사들은 새모양의 가면을 쓰고, 새부리에는 각종 약초도 채워 넣었으며, 긴 가운을 입고 진료했다 한다.

암튼 의사들이 헌신적으로 노력은 했었으나 안타깝게도 성과는 없었다고 한다.

병자들은 연민의 대상이 아닌 공포의 대상이었다고 한다.

밀라노는 환자가 발생하면 가족들까지 집에 가두고 격리시켰다고 한다.

교황 클레멘스 6세는 흑사병을 이겨내기 위해 방에 불을 때고 약초를 태우며 한여름을 보냈다고 한다.

흑사병의 공포는 공동체의 신뢰를 산산히 끊어버렸다고 한다.

그리고 3년간의 병마는 1350년말에 별안간 사라졌다고 한다. 간간히는 났어도 크게 나지는 않았다고 한다.

인간이 극복하는 것인지, 인간이 단지 상황을 받아들이는 것인지 알 수 없다.

이는 사스, 메르스 때에도 마찬가지였다. 큰 병이 지나갔고, 끝났다.


흑사병이 창궐했던 1348~1350년 기간과 겹치는 게 있다.

백년전쟁이다. 1337~1453.

잉글랜드와 프랑스 사이에 벌어진 전쟁으로, 잔다르크가 등장했고, 프랑스의 승리로 끝났다.

봉건 귀족 세력의 힘이 약화되었고, 국왕의 권력이 크게 신장되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