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저런 이야기

오래된 정원

haghiasophia 2022. 11. 5. 21:05

오래된 정원 - 2000년 황석영 선생님의 작품이다.
당시 읽고 그 먹먹함에 한동안 책을 펼치기가 힘들었던 책이었다.
유튜브에 무료영화라고 올라와 다시 봤다.
광주 혁명 관련 수배로 감옥에 16년간 있다 출소한 주인공의 시각에서 풀어가는 영화.
주인공은 오현우와 한윤희.

 

History가 남자들의 역사여서 그랬는지 그저 오현우의 시각에서 역사의 관점에 주목했었는데, 누구의 얘기를 듣고 보니 소설의 진정한 주인공이 한윤희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었다. 


광주항쟁 1년 뒤인 1981년을 배경으로 도발이로 잠수타던 오현우를 시골 교사인 한윤희가 숨겨주며 시작한다. 
진압이후 잡혀가고 뿔뿔히 흩어져 힘들게 사는 동료들의 모습도 비춰지고.
오현우는 5월에 왔다 가을에 다시 떠난다. 짧은 만남이었다.

영화에서 한윤희는 오랫동안 못 볼 것 같음을 느낀다. 떠나기 전날 영화에서는 비도 오고 천둥벼락도 친다. 전기도 나가고.
오현우는 잡혀 고문당하고 장기수로 보냈고.
출소후 고등학생이 된 딸 은결과 통화한다. 친구인 척 하고. 나 혼자만 행복하면 죄스러웠던 시절을 살았었다고.

이 지점에서 그 당시, 80년대, 90년대는 그런 감정이 컸었다. 전태일을 봐도, 광주를 봐도 그랬었다.

그렇다고 지금 힘든 사람들이 없는 건 아닌데, 그때 느끼는 그런 정서의 감정은 아닌걸 보면 시대가 바뀐건지 내가 바뀐건지는 모르겠다.

한윤희는 오현우를 보낸 후 조사도 받고, 딸 은결을 낳고 키워낸다. 
그림을 그리며 운동권 학생들도 뒷바라지 해주고.
감옥으로 편지를 써도 전달이 안되었고.
감옥에서 오현우가 꺽이지 않을까 걱정을 하고. 짧은 동거였지만, 그 이후의 시간도 인간에 대한 예의를 지키고 싶었을 뿐이라는 심경도 드러낸다.

영화속에서 학생운동, 노동운동, 분신의 장면도 적지 않은 분량으로 묘사되고, 시대를 거치면서 사람들의 갈등들도 많이 보려준다.

학살 군사정권 치하에서 운동권 수배자를 보호해주고 사랑하고 옥바라지 하고, 그 시대를 살다 떠난 한윤희의 마음이, 그 고단을 겪고 견디던 힘이 무엇이었을까, 어쩌면 여성의 강함이 이런 걸까 하는 생각도 잠시 해본다.

안도현 시인의 너에게 묻는다라는 시 일부가 떠올랐다.

너에게 묻는다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지금은 그 뜨거움 얼만큼 있을까 내게.
그래서 오래된 정원 같은 책을 옆에 두고는 있으면서 무거움에 펼처볼 엄두를 못내던 차에 유튜브로 다시 그 시절을 떠올려 보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