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저런 이야기

정현, 호주오픈 16강에서 조코비치 누르고 8강 진출

haghiasophia 2018. 1. 22. 21:49

10년간 조코비치 팬이었었는데, 정현의 경기를 마음 졸이면서 응원했다.(한국 오니까 이런 것도 볼 수 있고..)


2008년 당시 세계 랭킹 22위였던 머레이와 1위 페더러의 경기를 시작으로, 한동안 세계 유명 선수들의 경기를 매년 한두번씩 직접 볼 기회가 있었다.

조코비치, 나달, 머레이, 페더러는 그 무렵부터 지금까지도 범접할 수 없는 네마리의 용이었다.


그리고 잘생겼다고, 페더러는 지금도 테니스 광고 모델 1위를 달리고 있다.

나달은 그 당시 페더러를 능가할 재목으로 꼽혔었고, 파워풀한 경기를 보여줬었고 정상에도 계속 있었었다.

그럼에도 광고는 페더러에게 갔었다.  


세르비아의 조코비치가 선두로 올라갔었다.

스위스, 스페인, 스코틀랜드 출신 보다, 세르비아 출신의 성실한 조코비치가 마음에 끌렸었다.

그리고 2016년에는 커리어 그랜드슬램까지 달성했다.

그랜드 슬램이라 불리는 대회는 윔블던, US오픈, 호주오픈, 프랑스오픈을 말한다.

우승하면 2000점을 받는다.

이 네개의 대회를 연이어 우승했다. 조코비치가. 그게 커리어 그랜드 슬램이다.


세계 랭킹에 드는 선수들은 ATP 1000이 붙은 대회에도 8회, ATP 500이 붙은 대회에도 4개 참가해야 한다고 했다. (2009년 기준)

ATP 뒤에 오는 숫자가 우승 선수에게 부여되는 점수다.

그러니까, 조코비치는 그랜드슬램 점수만 해도 8000점이었고,

그당시 메이저대회 28연승중이었다.

16000점이 넘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혼자 독식하다 보니 2위 밑으로는 1위의 절반도 안되는 점수를 가져갔었다. 


그리고 커리어 그랜드 슬램을 달성한 이후 그는 주욱 미끄러져 갔다.

소년 출세 이후에는 약이 없다는데, 이루고 싶은 걸 다 이뤘으면 뭘 해야 할까하는 그런 느낌을 받았다.


조코비치는 무결점 테크니션이라 불렸다.

화려하지 않고, 5시간이 넘는 경기도 수시로 치렀다.

실수를 적게하는 선수가 이기는 게 테니스 탑 랭커들의 경기인데, 누구와 붙어도 실수가 적었다.

오늘은 그렇지 못했다.

결국 정현이 조코비치를 눌렀다.

조코비치가 썩 좋은 컨디션은 아니었고, 회복할 지 잘 모르겠다. 나달도 회복했고, 페더러도 회복한 걸 보면 아마 기회가 없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데 오늘 정현이 밀리지를 않았다. 엄청 성장했다.

아마도, 8강전에서도 좋은 경기를 보여 줄 거 같다. 상대가 세계 랭킹 97위라고 하니 같은 신예다.


잘 넘는다면, 페더러, 나달이 기다리는데,

오늘 경기를 보고 느낀 것은, 아픈 조코비치와 7-6, 7-5, 7-6으로 이기긴 했어도 그 스코어까지 가고 미리 끊지를 못한 것을 보면,

공은 둥글지만, 경기를 즐거운 마음으로 봐야 되는 거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든다.


살면서, 화려함보다는 실수를 잘 관리하는 사람이 쎈 사람 같다.

그래도 불꽃같은 화려함은 빨려드는 뭔가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