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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안 슈나벨 Julian Schnabel

미술 이야기

by haghiasophia 2021. 3. 14.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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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로마의 모자이크를 보는 줄 알았다.

줄리안 슈나벨(Julian Schnabel, 1951~)의 1981년 작품인 What once denoted chaos is now a matter of record이다.

(228.6x243.8cm)

그는 접시, 도기를 빽빽히 붙여 놓은 캔버스에 대담한 필치로 작품을 완성해 냈고,

1980년대 미술계의 주역이 되었다.

플레이트 페인팅으로도 유명세를 탔지만, 이 뿐만이 아니다.

엄청난 대작들로 그의 세계를 표현한다.

어려서부터 그는 늘 그림을 그렸다고 한다.

 

그리고 그림만이 아니다.

유명한 영화 감독이기도 하다.

1996년의 Basquiat, 2000년의 Before Night Falls, 2018년의 At Eternity's Gate

그리고 2007년 그는 영화 The Diving Bell and the Butterfly 잠수종과 나비로 칸 영화제 감독상과 골든 글러브 감독상도 수상했다.

갑작스런 뇌졸증으로 쓰러진 프랑스 패션 전문지 'Elle'의 편집장 쟝 도미니크 보비가 왼쪽 눈의 깜빡임만으로 세상과 소통하면서 자신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써 내려가는 내용이다.

무거운 내용이라 왠만하면 피하는데 줄리앙 슈나벨의 손길이 어떨까 궁금해서 보게 되었고, 뭉클함에 힐링이 되기도 했다.

당연히 죽고 싶은 상황. 그리고 담담히 상황을 받아들인다. 할 수 있는 것은 상상력과 기억.

그는 에세이 한 권을 완성하고 세상을 떠난다.

역시 움직이지 못하면 사람은 사람으로 살기가 힘든가 보다.

그가 세상으로 소통하는 방식이다. 프랑스 알파벳상 사용 빈도가 많은 순으로 순서를 재구성했다.

ESARINTULOMDPCFBVHGJQZYXKW

언어치료사나 가족, 비서가 불러주면 필요한 단어에서 눈을 한 번 깜빡이는 것으로 대화를 한다.

처음에는 이런 말이 안되는 상황을 받아들이기가 힘들어 하다가 서서히 긍정적으로 변하는 과정도 뭉클하다.

 

물론 보비의 아버지는 이 방식으로 아들과 대화하고 눈물을 흘린다.

눈만 깜빡이며 세상과 소통하는 보비를 묘사하며 잠수종Diving Bell 영상이 자주 등장한다.

사실 세월호의 아픔을 겪은 우리는 Diving Bell이 낯선 것은 아니다.

암튼 보비는 스스로는 입거나 벗거나 할 수 없는 잠수종처럼 갇힌 세상에 살았고

보비의 92살 아버지도 오르락 내리락 할 수 없는 4층에 갇힌 자신을 생각하며, 아들을 생각하며 눈물을 흘렸다.

영화에서 보비는 아들과 연극을 보러 가다 정신을 잃는다.

아들은 병원의 아버지를 찾아와 아버지 입의 침을 닦아주고는 눈물을 흘린다.

이 장면도 설정이겠지만 맘이 찡했던 부분이다.

 

성공한 뉴요커인 줄리안 슈나벨이 친구였던 바스키아를 그린 영화는 이해가 되나,

쿠바의 작가, 동성애, 에이즈를 다룬 Before Night Falls나

프랑스의 식물인간을 다룬 Le Scaphandre et le papillon 잠수종과 나비로는 그의 세계가 어디까지인가 가늠하기가 어렵다.

그리고 고흐의 삶을 다룬 At Eternity's Gate도 그가 그려보고 싶은 세상이 어디까지였을까 마찬가지로 가늠하기가 어렵다.

 

잠수종과 나비에 관한 감독 인터뷰를 찾아봤다.

죽음의 순간이 다가왔을 때 죽음을 두려움 없이 담담히 받아들일 수 있을까 질문을 한다.

보비는 그런 상황에서 자신을 돌아봤고, 자신의 내면을 찾았고, 책을 쓰면서 죽음을 넘어섰다고,

아프거나 홀로 있다는 것에 자신감 있게 어떤 평화 같은 것을 찾았다고 했다.

영화를 통해 독자는 보비처럼 그러한 것을 느끼게 될 거라고.

그는 아버지가 인생의 말년에 죽음을 두려워하는 과정을 지켜봤고, 보비의 이야기를 통해 죽음을 극복하는 것을 전하고 싶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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